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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웃긴 큰 별” 고 전유성의 마지막 길…이경실·김신영 등 후배들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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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왼쪽)은 고 전유성의 제자로 잘 알려져 있다. 임종 당일에도 고인의 곁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김신영 SNS

“비가 무섭게 내리는데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후 2시쯤 출발해 전북대병원에 5시30분쯤 도착해 오빠를 뵐 수 있었다. 오빠의 가족 따님, 사위와 함께 우리 후배인 김신영이 옆에서 물수건을 갈아가며 간호를 하고 있었다. 오빠가 신영이의 교수님이었고 제자로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개그맨 이경실이 대 선배이자 한국 개그계를 대표하는 고 전유성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한 순간을 돌아보면서 고인을 애도했다. 이경실은 26일 SNS에 전날 밤 세상을 떠난 고인과 보낸 마지막 순간을 돌이키는 글을 올렸다. 

“오빠와 짧지만 깊은 얘기를 나눴다. ‘경실아 와줘서 고맙고 난 너희들이 늘 자랑스럽다 건강해라’ ‘우리도 오빠가 있어 늘 든든했죠 그리고 먼저 전화해서 챙겨주는 오빠가 늘 고마웠어요. 감사해요 오빠’ ‘아냐 내가 더 고마워’ 한마디라도 더 전하려 애쓰셨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는걸 감추려 오빠 손을 물수건으로 닦아드렸다.” 

이경실은 “오빠의 삶은 멋지고 장하셨다. 이제 아프지 마시고 편안하게 잠드시길”이라며 “오빠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 행복했고 즐거웠다”고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한국 개그맨의 역사로 통하는 전유성은 폐기흉이 악화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5일 밤 9시5분께 눈을 감았다. 평생 국민에게 큰 웃음을 선물했고, 동료 및 후배 개그맨들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고인의 마지막 길에 동료들도 생전 나눈 추억을 꺼내면서 애도를 표했다.

김영철은 26일 오전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 FM’ 생방송에서 “1999년 ‘개그콘서트’ 시절 신인 연수 때 KBS 서점에서 저에게 책 3권을 사주시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선배님의 말씀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며 “그 말씀을 평생 가르침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자주 연락드리지 못한 게 늘 아쉽고 후회로 남는다”고 애통해 했다. “이제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쓰시길 바란다”며 “저는 1999년에 들었던 그 말씀대로, 계속 읽고 공부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박준형은 지난 6월 남산도서관에서 고인과 나눈 마지막 기억을 회상했다. 박준형은 SNS에 “코미디언들이 쓴책으로 남산도서관에 서가를 만드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건 전유성 선배님의 아이디어였다”며 “개그맨들이 쓴 책이 많으니까 하나로 분류해 모아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날 축사를 하시는데 어지럽다고 손잡아달라고 해서 내내 부축한 기억이 난다. 손은 가늘고 야위었으나 말씀하시는 기백과 유머는 참 대단했는데”라며 “웃음은 길게 남기셨으리. 이제 선배님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그러시길. 꼭 그러시길”이라고 애도했다. 

조혜련(왼쪽)과 고 전유성. 사진출처=조혜련 SNS

개그맨 조혜련도 SNS에 긴 글을 쓰고 고인을 ‘오빠’라고 칭하면서 여러 추억을 이야기했다. “유성 오빠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기도 끝에 오빠가 ‘아멘’을 하셔서 감사했다”며 “내가 드린 가죽 십자가를 손에 꼭 쥐고 오빠가 마지막까지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들어서 감사했다.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오빠를 위해 오랫동안 기도했는데 결국 그 기도가 이루어졌다. 이제 오빠는 천국으로 가셨고,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다”고 밝혔다.

이어 “오빠는 지금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하고 계실거다. 오빠가 마지막에 깨달은 그 진리를 모두가 알게 되길 소망한다”라며 “유성오빠! 힘든 국민들이 웃을 수 있게 개그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해요.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라고 덧붙였다.

고인이 명예위원장을 맡았던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도 애도를 밝혔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26일 추도문을 내고 “대한민국 개그계의 큰 별, 전유성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선생님은 언제나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한국 코미디의 선구자셨다”라며 “웃음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주셨던 선생님의 발자취는 한국 코미디 역사 속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평소 연예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한 고인을 기억한 가수 양희은은 “잘 가요 유성 형. 1970년 청개구리에서 첫 무대를 본 사이, 55년을 지켜본 사이”라며 “며칠 전 뵐 때만 해도 마지막일 줄 몰랐다. 회복되면 제일 먼저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라며 애통해 했다.  

전유성은 1949년생으로 1969년 TBC 프로그램 ‘쑈쑈쑈’의 방송 작가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방송가에서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하고, 개그 프로그램의 확장과 성장에도 기여한 인물이다. 2013년부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을 맡았고, 예원예술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조세호, 김신영 등 후배들을 키웠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지고, 고인의 주요 활도 무대였던 KBS에서 노제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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