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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달려라 하니’ 감독·총괄 PD가 밝힌 제작기 “왜 ‘나쁜계집애’냐고요?”

맥스무비 조회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의 허정수 감독(오른쪽)과 송원형 총괄 PD. 사진제공=이노기획

“‘달려라 하니’에서 하니의 모험은 이미 끝이 났어요. 그 이야기를 다시 가져온다면 후속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하니를 주인공으로 삼으면 결국 비슷한 전개가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나애리는 여전히 조연에 머물 가능성이 컸죠. 그런데 나애리를 중심에 두고 하니가 동참하는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하니까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삼게 됐죠.”

이진주 작가의 만화 ‘달려라 하니’가 탄생 40년 만에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다. 원작은 1985년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연재됐고, 1988년 KBS 2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다.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 옥탑방에서 지내던 하니가 중학교 입학해 홍두깨 선생님을 만나 육상 선수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TV 애니메이션은 가수 이선희가 부른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이 세상 끝까지~ 달려라 하니”라는 가사의 주제가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하니는 여전히 달리기의 대명사이자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기억되고 있다.

오는 7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대신 고등학생이 된 하니와 라이벌 나애리의 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작품이다. 기존 만화나 TV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개로 하니와 나애리를 비롯해 홍두깨, 창수, 고은애 등 익숙한 인물들이 다시 등장하고 여기에 달리기 다크호스로 주나비가 합류한 경쟁 구도에 긴장감을 더한다.

이번 작품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플레이칸의 첫 작품으로, 대표인 송원형 총괄 PD가 영화화를 기획하고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2013년)의 스토리보드를 담당했던 허정수 감독이 연출했다. 두 사람은 30일 맥스무비와 만나 영화의 탄생 배경부터 제목에 얽힌 고민,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 향후 속편 계획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달려라 하니’ 극장판의 주인공으로 나선 나애리. 사진제공=NEW

● “부담감 컸지만, 해보고 싶었다”

송원형 대표는 ‘달려라 하니’가 “너무 큰 IP(지식재산권)라 부담이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부담과 상관없이 해보고 싶었다. 지금 시대에도 하니가 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돌이켰다. 그 과정에서 굿즈를 출시해 판매하거나 패션 브랜드 JW 앤더슨과 협업을 하기도 했다. 당시 블랙핑크 제니가 하니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전히 하니를 사랑해 주는 분들이 많다는 걸 체감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파일럿을 제작해 반응을 보고자 했죠. (유튜브 등을 통해)여러 기획을 내놓았는데 좋았어요. 부담은 부담이고, 본격적으로 시도를 해보자고 생각했죠. 본격적인 개발은 2021년에 시작했고 이후 허정수 감독님에게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면서 함께하자고 부탁드렸죠.”

허정수 감독은 합류 당시를 회상하며 “유명하고 오래된 IP이지 않나.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마음을 돌린 건 하니가 아닌 ‘나애리가 주인공’이라는 콘셉트였다. 이어 “파일럿 제작 때부터 연출에 참여하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부담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고백했다.

원작이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했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2020년대를 무대로 새 시대상을 담았다.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훈련에 나서는 나애리의 모습은 세대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송 대표는 “원작자가 담으려고 했던 순수한 감정 같은 가치는 그대로 살리되 배경은 지금에 맞게 많이 바꿨다. 물론 작품 자체가 과거에 만들어진 만큼 옛날 느낌과 요즘 감각이 혼재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달려라 하니’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30대 이상 관객들은 작품을 보며 자연스럽게 추억과 감정을 투영하지 않을까 한다”고 짚었다.

배경을 바꾸는 과정에서 허 감독 또한 원작 팬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존 팬들에게 배신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하니와 나애리의 이야기를 현재로 가져오면서 과거와 현재가 잘 버무려질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속 하니(왼쪽)와 나애리. 사진제공=NEW

● 제목을 ‘나쁜계집애’로 지은 이유는

제목 속 ‘나쁜계집애’는 나애리를 뜻한다. TV 애니메이션에서는 하니가 나애리를 ‘건방진 계집애’라고 불렀지만, 원작 만화에서는 ‘나쁜계집애’라고 표현한다. 다소 부정적인 어감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를 밀어붙인 것은 송 대표였다. 그는 “‘그게 뭐야?’라고 한번은 돌아볼 수 있는 제목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제목을 극장에 건다고 하면 의아하게 보는 분들이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K컬처나 한류가 글로벌로 뻗어나가고, 플랫폼 환경도 유튜브 같은 무대로 바뀌면서 정직한 방식보다 눈길을 끄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노래 제목이나 가사에도 녹여져 있어서 관객들이 이를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송원형 대표)

제목 확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이진주 작가의 허락이 필요했고 허정수 감독과 배급사에서도 처음에는 이 제목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나애리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반드시 나쁜계집애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작가님은 쿨하게 ‘좋다’고 얘기해 줬다”면서 “2년 전에 이와 관련한 1분짜리 파일럿 영상을 올려 분위기를 살펴봤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이 제목을 밀고 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도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결국 동의했다. 그는 “단순히 ‘끌려? 안 끌려?’라고 따졌을 때 강력한 제목은 맞았다. 단순히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친한 사이에 쓰이기도 하고 하니와 애리의 복잡한 관계를 담아낼 수 있는 제목인 것 같아서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원작 만화 집필 이진주 작가는 처음 ‘달려라 하니’를 ‘새벽을 달리는 나애리’라는 제목으로 기획하고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잡지사 측이 밝고 친근한 이미지의 하니를 원하면서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이번 극장판은 그렇게 비껴간 나애리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며 40년 만에 주인공으로 돌려 놓는다.

허 감독은 “하니가 가지고 있는 서사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 집중돼 있다”며 “관점을 나애리에 놓고 이 둘의 이야기를 풀어내면 우정이나 협동, 열정, 끈기 같은 시대를 불문한 보편적 가치에 닿게 되더라. 이 둘의 관계를 개선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서울 도심 곳곳을 배경으로 한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사진제공=NEW
서울 도심 곳곳을 배경으로 한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사진제공=NEW

● ‘달려라 하니’ 세계관, 어디까지 뻗을까

이번 극장판은 전통적인 육상 트랙을 벗어나 서울 홍대, 이태원, 한강 등 도심을 무대로 펼쳐지는 스트릿 러닝인 ‘S런'(에스런)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했다. 도심 속에서 달리며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로, 도시의 골목과 전봇대 등 지형과 공간을 활용한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가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극 중 비공식 경기였던 S런은 나애리의 옛 코치였던 유준태에 의해 공식 경기로 자리 잡고 이는 하니와 나애리가 한 팀을 이뤄 주나비와 맞붙는 주요 무대로 확장된다. S런은 정해진 코스 없이 참가자가 목표 지점을 향해 달리는 자유로운 방식을 내세운다.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벽을 타고, 건물 사이를 오가는  등 형식을 깨는 달리기로 역동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육상 트랙에서 전개를 하고자 하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80년대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은 고증을 정확하게 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리얼하게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무대를 바꿔야 했는데 마치 ‘분노의 질주’ 같은 속도감과 에너지를 살리려면 어떤 무대가 적합할까 했을 때 도심 속 달리기가 떠올랐어요.” (허정수 감독)

송 대표는 “트랙 위에서만 달리면 이야기가 축소된다. 달리기를 하나의 소재로 확장해 다양한 볼거리를 담고 싶었고, 극에서 처음 시도되는 도심 경기가 2D 애니메이션의 볼거리와 신선한 매력을 살려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야기했다.

전 국민에게 익숙한 주제가는 나애리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전면적으로 쓰이지 않고 일부만 등장하지만, 그조차도 반가움을 더한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가 원작의 정서를 이어가면서도 과거에만 갇히지 않으려 노력한 부분이다. 제작진은 이번 극장판을 차세대 ‘달려라 하니’ 프랜차이즈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송 대표는 “3부작으로 기획했고 2편의 시나리오는 이미 완성됐다”면서 “나애리와 하니가 전국 도시에서 뛰게 되는데 주요 무대는 부산이다. 바닷가에서 달리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들이 담길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허정수 감독의 목표는 “영화를 본 관객이 극장의 문을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나서는 일”이다. “그 마음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은 “우정, 열정, 끈기, 협동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는 만큼 가족영화로 괜찮지 않을까 한다. 제 아이들에게 바라는 가치들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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