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하나 때문에 유럽으로 몰려 간다는 한국의 ‘이것’ 정체

“미국 관세” 하나 때문에 유럽으로 몰려 간다는 한국의 ‘이것’ 정체
미국발 관세 폭탄, K푸드의 발길을 유럽으로 돌리다
한미 상호관세와 통상 리스크가 겹치면서 한국 식품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그동안 ‘K푸드의 중심지’였던 미국 대신 유럽으로 수출 축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라면, 과자, 음료 등 한국식 가공식품의 글로벌 인기가 치솟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서 업계의 전략이 급변했다.

대미 수출 급감, 2년 만의 역성장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라면·과자 등 농식품의 대미 수출액은 1억3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7% 감소했다. 8월에도 1억3200만 달러로 4.4% 줄었다. 이는 2023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의 첫 감소세로, 고율의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제품 발주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미국은 여전히 우리 농식품 수출의 16%를 차지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유럽으로 옮겨붙은 성장 엔진
미국 시장이 흔들리자 K푸드의 중심축은 빠르게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 수출액은 4억2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3.9%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K푸드 유럽 신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후 비비고 치킨 라인 증설도 추진 중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미국에 이어 유럽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삼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라면업계도 본격 진출, 유럽법인 설립 러시
농심은 영국 테스코, 독일 레베, 네덜란드 알버트 하인, 프랑스 까르푸 등 유럽 주요 유통망에 신라면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농심 유럽’ 법인을 세우고, 2030년까지 3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양식품 역시 지난해 유럽 법인을 설립했으며, 풀무원은 영업사무소 개설에 이어 연내 판매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최근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에는 남양유업·빙그레·롯데·샘표 등 국내 식품사들이 총출동했다.

유럽의 벽, ‘규제’와 ‘신뢰’
문제는 유럽의 까다로운 식품 규제다. 유럽연합(EU)은 올해 2월부터 신식품(노벨푸드) 판매 시 성분과 생산 과정을 모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초가공식품(UPF) 경고 라벨제 도입이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소비자는 새로운 식품보다 ‘전통과 건강’을 중시한다”며 “단기 매출보다 한국 전통 식문화의 신뢰를 쌓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 정리
1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한국 농식품의 대미 수출이 2년 만에 감소했다.
2 K푸드의 글로벌 중심축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겨가고 있다.
3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풀무원 등이 유럽 현지 법인 설립과 공장 건설에 나섰다.
4 유럽은 K푸드의 새로운 성장 시장이지만, 까다로운 식품 규제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5 업계는 ‘건강·전통 중심의 장기 신뢰 전략’이 유럽 시장 성공의 핵심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