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욱 “‘에스콰이어’ 진작에 만났다면 더 괜찮은 연애를 했을 텐데”

“어떤 작품은 대본을 읽기만 해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떠올라요. 그 안에서 저는 이미 연기를 하고 있죠. 이 작품이 그랬어요.”
배우 이진욱이 작품에 얼마나 만족했는지는 그의 말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언급한 ‘이 작품’은 지난 7일 종영한 JTBC 토일 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에스콰이어’)이다.
‘에스콰이어'(극본 박미현·연출 김재홍)는 함께 소송 사건을 해결하며 ‘진짜 변호사’로 거듭나는 베테랑 변호사와 신입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이진욱은 베테랑 변호사 윤석훈을 연기했다. 극초반, 신입 변호사 채용 면접에 지각한 강효민(정채연)을 단칼에 내치려 하는 모습으로 인간미 부족한 변호사로 비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누구보다 의뢰인-특히 약자일수록-을 생각하는 사려 깊은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겉보기와 달리 실제로는 다정하고, 강직함과 부드러움을 다 가진 인물인 윤석훈에 대해 이진욱은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성격만 가지고 있지 않듯이 윤석훈도 그렇고 내 안에도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며 “그중에서 필요한 모습들을 끄집어내 밸런스를 맞추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런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나도 이제 경력이 좀 돼서 그런지 캐릭터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예전처럼 어렵지 않다”는 너스레로 베테랑 배우다운 여유를 보였다.
이번 작품과 인물이 자신의 몸에 잘 맞았던 이진욱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서 시간을 거스르면서까지 처절한 사투를 벌였던 박선우(‘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와, 등장만으로 숨죽이게 만든 84번째 우진(‘뷰티 인사이드’), 사이코패스 성향의 형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도강우(‘보이스’)에 이어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얻게 됐다.
이진욱이 특히 ‘에스콰이어’에 매료된 건, 법정 드라마이지만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작품에서 다뤄지는 소송들은 연인과 부부, 가족, 친구, 그리고 타인과 어긋난 관계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변호사인 주인공들은 사랑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변론으로 치유한다. 이를 통해 의뢰인과 함께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그의 마음에 와닿았다. 이진욱이 “이 작품을 통해서 사랑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 이유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좀 더 일찍 만났다면 더 괜찮은 연애를 했었을 텐데”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에스콰이어’는 아쉽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기지 못했지만 최고 시청률(닐스코리아 집계 9.1%)이 첫 방송 대비 3배 가까이 오르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았다. 이진욱은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다른 작품보다 주변에서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는 말로 작품에 대한 관심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진욱은 상대역을 연기한 정채연에게 고마워했다. 그는 “좋은 대본, 좋은 연출, 좋은 앙상블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었지만 특히 정채연이 정말 잘해줬다. 강효민이 신입 변호사지만 할 말 다 하는 캐릭터여서 자칫 미움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정채연이 호감 가게 연기해서 작품이 살았다”며 “저 때의 나는 정채연만큼 연기를 못했는데 정말 잘하지 않았냐”고 치켜세워 둘 사이의 호흡을 짐작게 했다.
‘에스콰이어’가 마지막까지 감동을 줬던 만큼 이제 시청자들의 관심은 속편 제작으로 향한다. 이진욱도 시청자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즌 2가 나오면 저야 당연히 좋죠. 우리 작품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윤석훈과 강효민의 성장 이후의 모습도 궁금하고요. 만약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면 윤석훈과 강효민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