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르 파나히·짐 자무시·기예르모 델 토로, 칸·베니스 화제작 부산 상륙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17일 개막하는 가운데 올해 칸 국제영화제와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화제작이 부산에 집결해 관객과 마주한다. 세계 영화제를 달군 작품들이 부산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가 모인다.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BIFF)가 올해 30회를 맞아 비경쟁에서 ‘경쟁 영화제’로 변신하며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또한 봉준호·매기 강·션 베이커·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배우 밀라 요보비치·줄리에트 비노슈·쉬광한(허광한)·수치(서기) 등 영화인들이 부산에 모여 축제의 열기를 더할 예정이다.
단연 최대 기대작은 개막작이자 지난 7일(한국시간) 폐막한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이다. 해고된 회사원이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베니스에서 첫 공개 직후 웃음과 탄식을 이끌어내면서 기립박수와 환호가 9분가량 지속됐고 비평가들의 호평도 집중됐다. 그 중심에 있는 배우 이병헌은 부산국제영화제으로 무대를 옮겨 개막식을 단독으로 진행한다. 30주년의 의미를 짚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 칸·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의 작품들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과 베니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은 미국 감독 짐 자무시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파나히 감독이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2022년 수감됐다가 이듬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나온 뒤 처음 내놓는 영화다. 정치범으로 수감됐던 상처를 지닌 주인공이 아내와 들른 정비소에서 과거 감옥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경찰과 닮은 사람을 마주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반체제적 시선으로 이란 사회의 정치·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파나히 감독은 수차례 체포와 구금, 가택연금은 물론 영화 제작 금지, 출국 금지 등의 탄압 아래에서도 비밀리에 영화를 제작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며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부모와 성인이 된 자녀들이 느끼는 거리감과 그들의 관계를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한 작품이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로 나눠 내용이 전개된다. 케이트 블란쳇, 빅키 크리엡스, 애덤 드라이버 등이 주연했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도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와 같이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부문에 초청됐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선보인다. 1818년 메리 셸리의 동명 고전 소설을 각색한 ‘프랑켄슈타인’은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다. 천재 과학자가 괴물(제이컵 엘로디)을 창조하고 결국 모두를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인간의 오만과 권력의 부패, 기술의 위험 등을 담아냈으며 베니스 국제영화제 상영 직후 13분간 기립박수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재일 한국인인 이상일 감독의 ‘국보’도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악인'(2011년) ‘분노'(2017년) 등으로 알려진 이 감독의 신작 ‘국보’는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난 다치바나(요시자와 료)가 아버지를 잃은 후 가부키 배우인 한지로(다나카 민)에게 입양돼 일본 최고의 가부키 배우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공식 초청받았고 지난 6월 일본에서 개봉한 뒤 흥행 수익 105억엔(990억원·8월20일 기준)을 돌파하며 역대 일본 역대 실사영화 흥행 3위에 등극했다.
제78회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여행과 나날’은 경쟁부문에 올라 14편의 작품들과 ‘부산 어워드’를 놓고 경쟁한다. 미야케 쇼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여행과 나날’은 겨울의 설경과 여름 해변에서 이뤄지는 여행을 통해 관객들에게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순간을 전한다. 심은경이 슬럼프에 빠진 각본가 역할로 극을 이끈다.
이와 함께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하야카와 치에 감독의 ‘르누아르’도 아시아영화의 흐름을 조망하는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하야카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국가가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다룬 ‘플랜 75’로 일본 영화계를 이끌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