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 없다”

“(국가에서)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해서 집에서 혼자라도 만들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 없어요. 영화인들은 언제나 (이야기를)전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고, 저는 그 방법을 찾았습니다.”
반체제적 시선으로 이란 사회의 정치·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BIFF) 기자회견에서 영화 제작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신념을 드러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을 선정했다. 매해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의 영화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또한 그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은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소개됐다.
이란 영화를 대표하는 연출자인 파나히 감독은 여러 작품을 통해 검열과 억압 속에 살아가는 개인의 자유와 존재를 조명해왔다. 그 결과 수차례 체포와 구금, 가택연금은 물론 영화 제작 금지, 출국 금지 등의 탄압 아래에서도 비밀리에 영화를 제작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며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본인을 “사회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파나히 감독은 “20년간 영화제작 금지 처분을 받아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섰던 경험도 있다. 그 당시 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제 자신을 들여다보고, 집안에서라도 혼자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2000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써클’과 201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의 ‘택시’에 이어 올해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과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역대 4번째 감독이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내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프랑스 대표로 출품됐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데, 프랑스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라서 가능했다”며 “2006년 소니 픽처스가 유통한 ‘오프사이드’라는 작품을 아카데미에 출품하고 싶었는데, 영화가 자국에서 상영되지 않아서 출품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 저와 같은 독립영화 제작자들이 연대하고 모여서 자국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란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일은
첫 장편영화 ‘하얀 풍선’으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파니히 감독과 영화제의 인연은 오래 됐다. “부산에 처음 왔을 때 아름답고 활발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따뜻하고 환영해주는 느낌이었다”며 “관객들과 영화 제작자들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어온 파나히 감독은 “영화인이라면 영화를 만들 때 살아있는 느낌을 받고, 영화를 만들 수 없다면 우울에 빠질 것”이라며 현재 이란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어려움을 공개했다.
그는 “이란에서 영화를 제작하려면 정부 부서에 각본을 제출해야 한다. 검열을 통해 삭제되고 많은 부분이 조정된다”면서 “이러한 규칙을 따르고 싶지 않으면 많은 문제에 직면한다. 저와 함께 작업했던 각본가가 감옥에서 징역을 살다가 이틀 전에 풀려났다. 그는 일생의 4분의1 이상을 감옥에서 보냈다. 독재 정부의 압력을 받으면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파나히 감독은 “반드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갈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찾아내야 한다“면서 투쟁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했다.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은 ‘아내’라라고 했다. “제 힘은 아내로부터 온다”던 그는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아내가 저를 버릴지도 모른다”고 농담하며 “아내와 결혼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웃었다.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영화계의 위기에 대해 파나히 감독은 “현재 세대가 누리는 제도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젊은 세대에게 가능성이 주어지기 때문에 혁신적은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경제나 정치 등 어느 나라에서나 문제가 있고 영화 제작자들은 어디서든지 이야기를 만들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은 다음 달 1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다. 그는 “이 영화를 보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닐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