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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나면 더 궁금한 ‘어쩔수가없다’, 감독이 숨긴 퍼즐의 ‘두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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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촬영 당시 이병헌(가운데)과 박찬욱 감독(오른쪽)이 작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나무 분재 소품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CJ ENM 

(영화에 대한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지난 24일 개봉해 이틀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면서 첫 주말을 앞두고 있다. 26일부터 28일까지 본격적인 관객 동원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찌감치 영화를 챙겨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마치 퍼즐처럼, 수수께끼처럼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감독의 의도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어쩔수가없다'(제작 모호필름)는 ‘N차’ 관람을 부르는 영화다. 보고 나면 궁금한 게 더 많아지는 ‘뇌세포 자극’ 영화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당초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웃기다’는 반응을 앞세워 블랙 코미디 장르로 인지도를 쌓았고, 덕분에 희비극이 만들어내는 웃음을 예상한 관객들은 오히려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서스펜스의 매력이 극대화한 설정과 캐릭터, 장면들을 하나씩 파헤치면서 각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낱낱이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넘길 수 없도록 교묘하고 치밀하게 영화를 설계한 박찬욱 감독 특유의 ‘완벽’의 추구가 더 활발한 두뇌 싸움을 만들어 낸다는 반응이다.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이뤄지는 ‘어쩔수가없다’에 관한 해석은 주인공인 만수(이병헌)가 25년간 몸담은 제지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벌이는 재취업의 전쟁을 둘러싼 크고 작은 상황들을 두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순히 만수가 ‘왜’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처단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그 ‘이유’를 유추하고 해석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감독이 집요하리만치 영화 곳곳에 숨겨 놓은 설정들의 비밀과 의미를 수수께끼처럼 풀어 보려는 분석도 이어진다. 정답이 없는 문제여서 더욱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이를테면 만수의 아내인 미리(손예진)는 왜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는지, 만수와 미리 부부는 딸 리원(최소율)의 첼로 연주를 왜 한 번도 듣지 못했는지, 만수가 꼭 지키려는 2층 단독 주택은 사실 재개발 호재도 없는 소외된 곳에 있지만 왜 그토록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다. 또한 경쟁자를 처단한 만수가 분재에 가진 평소 관심사를 이용해 마당에 나무를 심는 상황에서 그 모양의 구도가 남성성을 상징한다는 해석 등 미장센의 분석까지 다양하게 쏟아진다. 어떤 시선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영화라는 점에서 박찬욱 감독은 또 한편의 만만치 않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어쩔수가없다’에서 만수와 미리의 딸 리원(왼쪽)은 남의 말을 엉뚱하게 따라하거나, 첼로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얘기와 달리 한 번도 연주를 들려주지 않는다. 사진제공=CJ ENM

특히 만수와 미리의 딸, 리원의 존재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상징성이 짙은 캐릭터로 꼽힌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처럼 알 수 없고, 줄곧 블루투스 스피커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 리원은 할머니 집으로 떠난 두 마리의 대형견이 살던 집에 들어가 있거나, 남의 말을 엉뚱하게 따라 할 뿐이다. 추상화 같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레슨 선생님은 첼로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부모 앞에서는 한번도 연주를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 설정까지 온통 의문 투성이다. 만수도, 미리도, 늘 리원에게 밥을 먹어주는 장면도 의구심을 낳는다. 

이와 관련해 박찬욱 감독은 ‘어쩔수가없다’ 언론시사회 뒤 간담회에서 리원은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 ‘액스’에는 나오지 않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원이 만수에게 큰 부담되는 존재이고, 독립적인 개인으로 성장하는 데 만수로 하여금 큰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라며 “옛 신화에 나오는 카산드라 같은 예언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감독의 설명대로라면 리원이 극 말미 내뱉는 대사는 이들 가족의 앞날을 암시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시선에 따라 여러 갈래로 해석될 수 있는 영화의 세계는 박찬욱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극 중 만수는 제지 회사로 재취업을 시도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경력과 실력을 가진 경쟁자들을 추린다. 평생 종잇 밥을 먹은 실력자들이지만 지금은 비슷한 처지인 구범모(이성민), 고시조(차승원) 그리고 회사에서 승승장구하지만 정작 외로움을 겪는 최선출(박희순)까지 셋이다.

박찬욱 감독은 “만수의 경쟁자들은 어딘지 모르게 만수와 동일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캐릭터”라고 밝혔고, 이에 착안한 김우형 촬영 감독은 만수를 포함해 특정인의 감정에 이입하지 않고 철저한 ‘관찰자’의 시점에서 캐릭터를 바라봤다고 했다. 김 감독은 “혼자 방에 있는 사람을 찍을 때 그것이 과연 누구의 시점인지 정의하지 어려운 것이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어쩔수가없다’는 개봉 첫 주말이 지나면서 더 많은 관객의 분석과 해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후 4시 기준 영화는 예매율 1위, 예매관객 21만8257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만큼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가 확실한 가운데 추석 연휴까지 집중 공략한다.

만수가 자신의 집 한켠에 마련한 분재실에서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추리는 장면의 촬영 모습.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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