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상사’ 이준호·김민하의 앙상블, 로맨스 아니어도 괜찮아

‘철부지 날라리’와 ‘영특한 똑순이’가 만났다.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는 로맨스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흔한 관계가 아니다. 아버지와 믿고 따르던 사장님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해 비로소 어른으로 홀로 서야 하는 두 청춘으로 마주 선 배우 이준호와 김민하의 앙상블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1일 방송을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극본 장현·연출 이나정)는 외환위기로 인해 국가 경제가 무너지던 1997년을 배경으로 부도 위기의 작은 무역회사를 이어받은 초보 사장과 경리 사원이 패기와 용기로 회사를 살리고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준호가 자금난을 고민하다가 쓰러져 세상을 떠난 부친의 회사를 이어가는 강태풍으로, 김민하가 뛰어난 두뇌와 감각을 가진 경리 직원 오미선으로 극을 이끈다.
강태풍은 부족함 없이 자란 부잣집 도련님으로 강남 압구정동을 누비는 ‘오렌지족’으로 통한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그는 토종 장미를 재배에 진심을 다하는 여린 마음의 소유자. 울타리였던 부친이 죽은 뒤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다른 오미선을 만나 점차 세상에 눈을 뜨고 삶의 목표를 다지게 된다. 오미선 역시 강태풍 못지않은 사연의 주인공.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책임지고 아픈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장녀이자 가장이다. 주경야독에 몰두하면서 대학 입학을 준비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닥쳐 월급이 밀리고 믿고 의지한 사장마저 세상을 뜨자 눈물을 머금고 대학을 포기한다.
강태풍과 오미선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이준호와 김민하도 서로에게 가진 ‘믿음’이 엿보이는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작품에 출연하기는 처음이지만, 16부작의 긴 호흡의 드라마를 함께 이끄는 주역으로서 서로를 얼마나 의지하면서 촬영에 임했는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실제로 이준호는 ‘태풍상사’를 소개하는 제작발표회에서 김민하를 두고 “대사를 하지 않고 서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미묘한 호흡이 존재했다”며 “조율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 하는 호흡이었다”고 밝혔다. 김민하 역시 이준호에 대해 “연기할 때 다 열어주고 예상하지 못한 부분까지 수용해줬다”며 “덕분에 더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만들어졌고 점점 서로에게 의지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연기 경험이 더 많은 이준호로부터 “많이 배웠다”고도 말했다.
이제 막 1, 2회를 방송한 ‘태풍상사’는 앞으로 강태풍과 오미선이 걷게 되는 험난한 길을 펼친다. 나라 경제가 휘청이던 때, 아버지의 꿈을 지키려는 초보 사장과 돈줄을 움켜쥔 영리한 경리 사원의 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강태풍과 오미선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피어날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로맨스가 아니어도 괜찮은 이준호와 김민하의 호흡이 ‘태풍상사’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