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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연습생에서 ‘케데헌’ 성공 주역으로, 이재를 이끈 말 “할 수 있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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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곡가 이재. 사진제공=넷플릭스

“2개월 전만 해도 전 그냥 작곡가였어요. 이렇게 스케줄이 많아질 거라고 상상도 못했죠. 꽃길만 걸으라면서 ‘이제는 이재의 시간’이라며 응원해 주는 팬들을 경험한 적 없었어요.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요즘 제일 많이 느끼는 건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거절당하는 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또 하면 된다’고 여긴 마음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록곡 ‘골든'(Golden)의 작곡가이자 노래를 부르며 단숨에 글로벌 스타 이재(EJAE)가 15일 오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케데헌 신드롬’의 중심에서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제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한국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릴 때 애들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 줄도 잘 몰랐거든요. 그때 너무 화가 나서 한국말도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 감사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에요.”

지난 6월20일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가 시청수를 집계하는 90일 동안 누적 시청수 3억2510만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영화·TV쇼 부문을 통틀어 역대 1위에 올랐다. 작품의 흥행 동력은 중독성 강한 음악이다. 특히 OST를 대표하는 곡 ‘골든’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8주째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재는 ‘골든’을 작사, 작곡하고 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 루미의 파트를 직접 불렀다. ‘골든’은 이재와 뮤지컬에서 주로 활동한 작곡가 마크 소넨블릭과 공동으로 작사하고, K팝 프로듀서 테디, IDO, 24 등이 작곡과 편곡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재는 ‘골든’ 뿐만 아니라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 ‘테이크다운'(Takedown) ‘유어 아이돌'(Your Idol) ‘프리'(Free) ‘왓 잇 사운즈 라이크'(What It Sounds Like) 등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의 편곡, 작사 혹은 가창에 두루 참여했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기자간담회를 연 이재는 “너무 신기하고 실감이 안 난다”고 놀라워 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이재는 이날 통역사와 함께 간담회에 나섰지만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국어로 했다. 이재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KBS 라디오 ‘이은지의 가요광장’에 출연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인 걸그룹 헌트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 이재가 밝힌 ‘골든’ 탄생 비하인드

특유의 내지르는 시원한 창법과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특징인 ‘골든’의 가사는 작품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극 중 헌트릭스는 월드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글로벌 스타이지만, 대대로 인간의 영혼을 지키는 비밀스러운 일을 해왔다.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는 ‘골든’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비극적인 운명의 무게에 버거움을 느끼지만, 악령이 다시 인간 세상을 위협하자 운명을 받아들여 빛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한다.

무엇보다 ‘골든’은 높은 고음으로, 내로라하는 보컬리스트들이 커버하며 화제를 모았다. ‘왜 이렇게 어렵게 곡을 만들었냐’는 질문에 이재는 “왜 그랬을까요?”라고 웃으면서 “매기 강 감독의 의도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극 중 루미는 혼문을 닫아야 하는 절박한 심정인데 본래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을 ‘푸시’해야 했기에 의도적으로 높은 음역대를 넣었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웠지만 그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골든’은 매기 강 감독의 ‘고음이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으로 출발했지만 실제 이재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는 “저도 힘든 시기였는데, ‘골든’은 저에게도 필요한 희망적인 노래였던 것 같다. 저도 모르게 저의 개인적인 감정을 넣었다”고 돌아봤다. 멜로디 탄생의 비화도 공개했다.

“택시를 타고 치과에 가는 길에 트랙을 받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바로 영감이 떠올라서 음성메모로 멜로디를 녹음했죠. ‘골든’이 마지막으로 만든 노래였는데, 마무리했을 때 마크 소넨블릭과 ‘이거 히트 같은데?’라고 말했죠. 음악 감독님의 반응도 엄청났고, 매기 강 감독님도 듣고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골든’이 좋다는 건 다 같이 느꼈던 것 같아요.”

이재는 ‘골든’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대해 “요즘 팝이나 케이팝에서 멜로디컬한 곡은 많지 않다고 느꼈다”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일들이 생기지 않았나. 그런 상황에서 희망적인 가사와 멜로디 때문에 힐링 받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했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루미와 많은 공통점을 지닌 이재의 상황은 ‘골든’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는 “연습생 시절에 제 단점을 가리려고 했다. 목소리가 여성스럽지 않고 낮은 편인데 당시에는 깨끗한 목소리가 트렌드였다” “루미가 감추고 싶은 것처럼, 저도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주역인 이재. 사진제공=넷플릭스

● 이재가 돌아온 10년 아이돌 연습생 시절

이재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그녀가 아이돌 가수 데뷔를 준비하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10년가량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연습생으로 활동한 이력도 주목받았다. 연습생으로 훈련을 거듭했지만 데뷔 기회를 잡지 못한 이재는 K팝 작곡가인 고 신사동 호랭이의 권유로 작곡의 세계의 발을 디뎠다. 이재가 처음 작곡한 곡인 그룹 EXID의 하니가 2016년 부른 솔로곡 ‘헬로'(Hello)로 이후 레드벨벳의 ‘싸이코'(Psycho)를 비롯해 트와이스, 엔믹스, 에스파, 르세라핌 등의 곡 작업에 참여했다.

연습생 시절을 돌이킨 이재는 “어린 나이에 연습을 많이 했는데 떨어지는 건 절대 쉬운 게 아니었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어릴 때라 상처도 받았는데, 성장하려면 상처도, 고생도 해야 된다고 본다. 다만 그걸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 시절의 저는 거절당함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SM의 이유도 이해가 됐고 사람은 ‘때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떨어져도 ‘괜찮다'(That’s okay) ‘다시 하면 되지’라는 마음이었어요.”

이재는 “저희 엄마는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안 된다’하면 정말 안 되고, ‘할 수 있다’고 하면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마음으로 계속 갔고, 그 과정서 음악이 저를 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수의 꿈도 있지만 작곡가, 엔지니어 등 다양한 길이 있었다”며 “(데뷔 무산 후)매일 연희동에서 홍대까지 걸어가서 카페에 앉아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비트를 만들었다. 그렇게 표현을 했고 제 자신을 찾아갔다”고 힘들었던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밝혔다.

무엇보다 힘들었을 때 이재는 “혼자 버티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했다”며 “엄마와 오빠가 제 말을 듣고 도와줬는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루미가 혼자서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하지만 결국 미라와 조이 덕분에 해내지 않나. 영화를 통해 그것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케이팝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지망생들에게 이재는 직접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도 공유했다.

“저는 ‘거절은 새로운 방향을 잡게 도와준다’고 믿고 있어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거절을 당해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거기서 성장하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죠. 제일 중요한 건 적극성이라고 봐요. 케이팝 작곡가가 되고 싶다면 직접 유명 작곡가에게 인스타그램 DM을 보내기도 제안할 수도 있죠. 작은 기회라도 자신의 100%를 넣어야 해요. 그건 확실해요. 데드라인을 확실히 지키고, 사소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면 누군가 반드시 알아봐 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저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기회를 얻었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 연습생에서 작곡가, 이제는 가수로

앞서 이재가 1960~1970년대 한국영화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지금도 영화계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원로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라는 사실까지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신영균과 지난 2011년 KBS 2TV 아침 프로그램인 ‘박수홍 최원정의 여유만만’에 출연한 모습이 최근 다시 소환되기도 했다.

그는 “노래도 연기라는 생각이 든다. 부르는 사람이 100% 몰입해야지 듣는 사람도 믿지 않나. 실제로 외할아버지도 어렸을 때 ‘노래도 연기다’고 했다”면서 “배우로서 정말 열심히 고생을 하고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 가셨다. 그 모습에 영감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저에게 ‘잘했어’ 그런데 ‘더 열심히 해’ 이렇게 얘기하신다”고 미소 지었다.

이재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NBC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해 주제곡 ‘골든’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각각 미라와 조이 파트를 맡은 오드리 누나(Audrey Nuna), 레이 아미(Rae Ami)와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높은 음역대의 곡을 완벽히 소화하며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세 사람은 무대에서 각자의 외모와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이재 또한 “실제로 오드리 누나는 미라, 레이 아미는 조이 그 자체”라며 “두 사람이 정말 착하다. 두 사람이 없었으면 ‘골든’을 못 불렀을 수도 있다. 당시 목 상태가 안 좋았는데 계속 챙겨줬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재는 오는 24일 솔로곡 ‘인 어나더 월드'(In Another World)를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에도 나선다. 그는 “제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면서 나에게 ‘아티스트가 무엇일까’ 생각했고, 작곡가도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다. 제가 작곡한 곡 중 개인적인 노래는 제가 부르는 게 맞을 거 같다”며 가수 데뷔를 결심한 이유를 고백했다.

그러면서 ‘인 어나더 월드’는 ‘골든’과는 다르게 “잔잔하고 산책하면서 듣기 좋은 노래”라고 소개했다. 또한 앞으로 “작곡가로서 성장하고 싶다. 케이팝과 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계속 노래를 만들면서 그중 제일 와닿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나눴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K팝 가수로는 “무조건 에스파와 같이 하고 싶다”고 꼽은 뒤 “BTS(방탄소년단)도 너무 좋다. 영광이다. 정국님이 노래를 너무 잘하지 않나. 재미있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골든’은 이제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의 수상도 노린다. 그는 “너무 받고싶다”며 즉석에서 가상으로 마련된 수상소감 연습으로 “너무 감사합니다”며 “울 것 같네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내가 해냈어요!(I did it)”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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